
[성우진의 음악 이야기]
애시드 재즈와 유로 팝의 만남
'유로 팝' 또는 '유로 댄스'라는 장르는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형성하며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았다. 특히 유럽 북부 출신의 뮤지션들은 트렌드를 앞서는 데다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는 전설이 된 혼성 4인조 그룹 아바를 필두로 수많은 유로 스타일 뮤지션들이 팝 종주국의 스타들을 위협하며 인기와 부를 누려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첨단적이면서 몽환적이기도 한 애시드(acid) 사운드 붐을 등에 업고 대표적인 애시드 재즈 그룹인 자미로콰이, 인코그니토, 브랜드 뉴 헤비스, 제임스 테일러 쿼텟 등이 인기를 얻게 된다. 이런 열풍은 마침내 북구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나라인 노르웨이에까지 영향을 주며 새로운 음악의 출현을 가져왔다.
오늘의 주인공인 디사운드(D'Sound)는 유로 팝의 전통을 애시드 재즈와 접목시킨 발랄한 매력의 그룹이다. 정통 애시드 재즈 사운드에 비하면 리듬이 한층 간단하고, 거기에 일렉트로니카의 몽환적인 영향력을 흡수한 이들의 음악엔 '라운지'(Lounge)라는 명칭이 부록처럼 따라 다니기도 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클럽용 음악으로 자리잡았던 애시드 재즈를 자신들만의 전매특허 격인 일렉트로닉, 신스-팝 사운드에 접목한 디사운드표 음악 스타일은 우리나라 팬들의 입맛에 맞아 인기 그룹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그루브 리듬이 일색인 영미권 애시드 음악과는 달리, 청량감이 느껴지는 세련된 여성 보컬이 매력의 중심 요소로 부각되는 유로 팝 고유의 특색을 디사운드는 그대로 담아냈다. 리드 보컬을 담당하는 홍일점 여성 멤버 시모네의 목소리는 애시드 재즈 고유의 달라붙는 듯한 느낌의 보컬은 아니지만 '듣기 좋은 선율'을 잘 다듬어진 보컬로 요리해내 국내 음악 팬들 구미에 맞는 사운드를 창조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의 디사운드는 보컬인 시모네, 베이시스트 조니, 그리고 드러머 킴의 3인조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버클리 음악대학에서 유학했던 조니와 킴은 노르웨이로 돌아가 그 때 막 붐이 일기 시작한 애시드 재즈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고. 이들에게는 운도 따라주어 보컬리스트인 시모네를 소개받고는 단 한 차례의 리허설로 그룹을 만들자고 의기투합 했다.
처음에 이들은 '스윗 앤 사워'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디사운드로 개명하게 되었다. 일단 사운드(sound)라는 단어를 생각해놓고 그 앞에다 정관사인 'The'를 붙였는데, 다시 그것을 줄여 최종적으로 지금의 디사운드(D'Sound)라는 표기가 완성됐다. 탄탄한 작곡 실력과 연주 실력까지 지닌 디사운드는 신선한 음악 스타일로 음악 팬들의 관심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었고 R&B, 재즈, 드럼앤베이스 등의 음악 스타일을 적절히 혼합한 특유의 사운드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냈다.
우리에게는 지난 2001년 앨범의 타이틀곡인 '토킹 토크'가 익숙한데, 이 곡은 유럽의 대표적인 휴대전화 브랜드의 아시아 지역 TV 광고음악에 삽입돼 필리핀, 태국, 대만 등에서 열띤 호응을 얻은 곡이기도 하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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